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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목   기고글) 노동자는 살고 싶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올   린   이   울산 산추련 작 성  시 각  2020-07-21 오후 4: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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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시민연대에 기고했던 글 입니다.

노동자는 살고 싶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하라!

현미향(울산산재추방운동연합 사무국장)

울산을 지칭하는 말 중에 ‘공업 도시’ ‘노동자 도시’라는 말이 있다. 울산은 동구의 조선소, 북구의 자동차와 부품사, 남구의 석유화학단지 등 대규모 공단지역으로 구성되어 있다. 1970년대 중화학공업육성정책으로 형성된 대규모 공단지역에 노동자들이 밀집되어 있다. 그런데 이 노동자 밀집 지역에서 매번 반복되는 고통스런 일상이 있다. 산재 사망과 산재 발생이다.

일례로 거대한 시설과 기계, 장비에 각종 위험작업이 이뤄지는 현대중공업에선 1974년 창사이래 노동조합의 집계만으로 467명의 노동자가 중대재해로 사망하였다. 427명은 사고로 40명은 과로사로 사망하였다. 올해도 벌써 5명의 노동자가 사망하였다. 2명은 정규직 노동자이고 3명은 비정규직 노동자이다. 울산지역은 해마다 30명에서 4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한다.

그런데 이와 같은 일이 꼭 특정 사업장, 특정 지역에서만 일어나는 일은 아니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는 2019년 한국의 산재 통계 자료를 공개하였다. 2019년 한 해 동안 산재로 사망한 노동자는 2,020명, 노동자 1만명당 1.08명이 죽었다고 발표하였다. 재해자수는 109,242명이다. 2001년부터 2018년까지 누적자료를 보면 42,632명이 죽고 1,646,102명이 다치거나 질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1년으로 평균하면 2,368명이 매년 죽고 91,450명이 산재를 당하고 있는 현실이다. 흔한 말로 전쟁을 치르는 것도 아닌데 노동자 7명이 매일 출근 후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불명예스럽게도 OECD 국가 중 산재사망율 1위라는 오명을 계속 차지하고 있다.

중대재해 내면을 조금 더 들여다보자. 2016년 기준 고용노동부 자료에 의하면 중대재해 사망자 중 하청노동자 비율이 42.5%를 차지한다. 그중 50억 이상의 건설공사에서 하청노동자 사망비율은 98%이고 300인 이상 조선사업장에서 하청노동자 사망비율은 88%에 이른다. 정규직인지 비정규인지 그러한 노동자의 지위가 노동자의 수명을 결정한다. 이미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는 위험의 외주화 문제가 산재 사망을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다.

상황이 이렇게 심각한데 왜 바로 잡지 못할까?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산재사망 사업주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다. 2008년 경기도 이천 냉동물류창고 화재사고로 40명의 노동자가 사망한 일이 있었다. 노동자들에게 가장 기본적인 안전교육도 하지 않은 채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무리하게 작업을 강행하다 난 사고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사업주가 받은 벌금은 2,000만원이 전부였다. 산재사망노동자 1인당 벌금이 50만원인 셈이다. 안전보건조치 미비로 노동자가 사망하더라도 벌금 몇 푼만 내면 되는데 어떤 사업주가 노동자 생명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산재예방활동에 비용을 들이고 인력을 배치하고 안전보건시스템을 만들겠는가? 올해 4월 29일 경기도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현장에서 2008년과 같은 판박이 사고로 38명의 노동자가 죽고 10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하였다. 중대재해 대형참사에도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니 노동자가 일하는 현장은 변하지 않고 개선되는 것은 없다. 그 결과 중대재해는 매번 반복되고 노동자는 목숨을 잃고 가족들은 고통 속에서 살아나가는 현실이 반복된다.

그럼 다른 나라들은 어떨까?
산재사망은 기업에 의한 살인이다. 산재사망에 대해 사업주와 법인에 엄중 책임을 묻는 기업살인법이 있는 나라는 영국, 캐나다, 호주 등이다. 그중 영국을 보자. 영국은 2005년 산재사망만인율이 0.08명으로 한국에 비해 낮은 나라임에도 2007년 산재사망을 줄이기 위해 기업살인법을 제정하였고 영국 대형 슈퍼마켓 하청노동자 사망에 대해 사업주에게 37억의 벌금형을 내리는 등 엄중 처벌을 하였다. 기업살인법 제정 7년이 지난 2014년 산재사망만인율이 0.04명으로 줄었다. 산재사망에 대해 사업주와 법인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음으로써 기업의 산재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끌어내 결국 산재사망을 줄여나가고 있다.

산재사망 줄이려면 사업주와 법인에게 엄중한 처벌을 물어야 한다.
매년 2,400여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는 현실을 바꾸기 위해 산재사망 시 하급관리자에게 책임을 묻고 기업과 경영책임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처벌 문제를 바꾸어야 한다. 기업의 안전문제는 사업주나 경영책임자, 법인이 의지를 갖고 나설 때 개선될 수 있다. 지금처럼 산재 예방비용보다 산재사망 시 벌금이 현저히 낮은 상태에선 아무런 변화를 끌어낼 수 없다.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파괴하며 이윤추구만을 향해 달리는 기업을 실질적으로 변화시켜내기 위해, 이윤보다 생명이 우선인 노동현장을 만들기 위해 산재사망 사업주와 법인에게 엄중한 처벌을 묻는 기업살인법 제정이 필요하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2003년 이후 기업살인법 제정을 요구해 온 노동계는 세월호참사, 가습기 살균제 사건 등을 겪으면서 사업장,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을 운영하거나 인체에 해로운 원료나 제조물을 취급하면서 안전보건조치 의무를 위반하여 인명피해를 발생케 한 법인, 사업주, 경영책임자 및 공무원의 처벌을 규정하여 시민과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입법 발의안을 만들었다. 법안의 핵심 내용은 안전보건조치 위반으로 노동자와 이용자를 사상케 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법인에게 하한형을 도입하여 엄중한 처벌을 묻고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도 묻도록 했다. 사업장이나 공중이용시설, 공중교통수단에 대한 위험의 예방과 안전보건 감독, 건축과 사용에 대한 인허가 권한을 갖는 공무원이 의무를 위반하여 사람을 사상케 할 경우 하한형을 두고 처벌하도록 했다.

21대 국회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드시 제정하자!
2017년 20대 국회에선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연대의 의견을 반영하여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을 입법 발의하였다. 하지만 20대 국회에서 이 법안은 한차례도 논의되지 못하고 폐기되었다. 산재사망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낮아 국회에서 비중 있게 다뤄지지 못했다. 하지만 세월호참사를 겪으면서 우리 사회 안전의식이 높아지고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 노동자 산재사망과 연일 발생하는 산재사망에 대한 근본대책을 요구하는 노동자의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중대재해기업처법법 제정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37개 노동, 시민단체들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운동본부를 꾸리고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4,000명에 가까운 개별 입법발의자들이 조직되었고 현재도 조직 중이다. 산재사망과 사회적 대형참사가 근절될 수 있도록 21대 국회에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반드시 제정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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